“바리스타 시험을 준비했지만, 내가 진짜 준비한 건 내 마음의 컨트롤이었다”
바리스타 시험을 앞두고마지막 실전 연습에 들어갔다. T1, T1-2, 그리고 T2.총 세 번의 추출.T2에선 라떼 하트까지.처음엔 저울도 사용했지만,실전 연습이라 그런지그다음부턴 저울 없이 눈대중으로 추출했다. 그런데…문제는 바로 그거였다.± 몇 g만 넘으면 실격.어느 순간부터 커피의 향과 맛이 아닌무게와 시간의 싸움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중간중간신경 써야 할 감점 요소는 왜 이렇게 많은지…컵 방향, 기울기, 손동작, 눈길 하나까지.하나하나가 작은 실수로 감점이 되고,감점이 누적되면‘실격’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단 실격만 면하자…”그 생각 하나에온 정신을 다 쏟았다.감정은 뒷전이었다.내가 커피를 어떻게 느끼든,이 순간은 기준을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러면서도,머릿속 한켠에 이런 생각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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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를 그리고 싶었는데, 감점을 피하는 법만 배웠다
처음 라떼 아트를 배웠던 날,선생님이 말했다.“하트부터 연습해 볼게요.” 물로만 하트 그리는 연습을 했다.컵에 담긴 물을마치 우유인 것처럼 붓고하트를 그려보라는 말이었다. 우유로 하지 않았지만그래도 신났다.잔을 기울이고, 물을 붓고,이리저리 해보다가그냥… 바닥에 철철 쏟아버렸다. 아무리 해도물이 멋대로 흘렀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재밌었다.‘내 손은 고장 난 건가?’ 하면서도어딘가… 예술놀이 같았달까.그냥 물이니까, 부담이 없어서였는지도. 그리고 다음 주,진짜 우유로 연습하는 날.그때야 알았다.물이랑 우유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우유는 점성이 있었다.부드러운데 무거웠고,한 방울씩 떨어지는 느낌도 달랐다. 스팀을 잡고,공기를 주입하고,온도를 맞추고…그러다 보면 거품이 생기고,또 너무 많이 생기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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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포트에서 시작된 커피의 또 다른 얼굴
[나누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더 알고 싶다는 욕심] 메모장 속 커피 기록이 쌓일수록이걸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을 적고, 맛을 적고,그날의 기분까지 함께 남긴 기록들을그냥 나 혼자 보기엔조금… 아깝다고 느껴졌다. 내가 좋았던 그 향,그게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그런 상상이 자꾸만 마음속에 자라났다. 그리고,그 무렵 모카포트를 처음 알게 됐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기엔 부담스러웠고그 대신, 작은 주전자 같은 그 기구로작은 진한 커피를 직접 내려보았다. ‘에스프레소는 쓰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모카포트로 내려 마신 커피에서는원두만의 또 다른 면이 보였다. 조금은 조심스럽고,조금은 강렬하게.그러면서도 그 안에 숨은 단맛, 묵직함, 향의 깊이. ‘같은 원두인데도,이렇게 다르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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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피의 향을 따라, 나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원두를 샀고,향을 맡았고,한 모금 마셨다. '음… 이건 상큼하다.이건 쌉싸름하네…이건 좀… 묵직한데?'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느끼는 대로조금씩, 아주 조금씩커피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다‘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G1’을 마셨다.커피에서 과일향이 날 수 있다는 걸,이 원두가 처음 알려줬다.첫 향은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고입 안에서는 자두 같은 달콤한 과즙이 퍼졌다.마신 뒤에도 한동안 향이 남아 있어서,코끝을 맴도는 그 감각에 멍하니 머물렀다. 그 순간,폰 메모장을 열었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G1 – 잘 익은 복숭아, 자두, 꽃향기 / 단맛 선명 / 입 안 가득 부드러운 산미” 처음 저장한 커피 노트였다. 그렇게내 손끝에서나만의 커피 기록이 시작됐다. 누가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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