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1화]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순간. 처음엔 그냥 느낌이었다. 숨이 조금 더 빨라지고, 사람 얼굴이 느려지고,아무도 말하지 않은 정보들이 내 안에 쏟아져 들어왔다. 그건 예감이라고 하기엔 너무 구체적이었고,사고라고 하기엔 너무 직관적이었다.“흐름이 이상하다.” 그 목소리는 어디서 울려온 건지도 모를 무음(無音)이었다.나는 정신이 맑은데도 꿈속에 들어온 것 같았고,무언가가 내 시야 바깥에 있지만, 계속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플로우.균형이 무너질 때, 너 같은 감지자에 접속한다. 너는, 균형을 복원할 수 있는 인간이니까.그러나 명심해라. 나는 판단하지 않는다. 조율할 뿐이다.” 눈을 떴을 때,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빛의 방향이 이상했고, 사람들의 말은 다르게 들렸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나는 그 말이 진심인지, 계산인지, .. 더보기 [1화] 읽히지 않는 그녀.. 공식으로 사는 남자. 사람들은 나를 '감이 좋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나는 감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나는, 계산으로 산다. 어릴 때부터 남들이 웃는 타이밍과,화를 내는 패턴이 궁금했다.사람들의 말보단, 말하지 않는 신호에 관심이 갔다. 숨을 들이마시는 간격,눈을 피하는 시선의 방향,말 끝에 붙은 억양의 미세한 떨림.나는 그걸 기억했다.그리고 연결했다.예측하고, 맞혔다.반복하고, 최적화했다.그게 나 준혁이다. 나는 사람을 공식처럼 해석한다.연애도 마찬가지였다.상대가 어떤 말에 미소 짓고,어떤 타이밍에 연락을 기다리고,어떤 감정에 반응하는지를 분석한다. 호감이 생기면 시작하고,손익이 맞지 않으면 정리한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링크) 브런치 스토리로 놀러 오세요! 매주 .. 더보기 핸드드립 자격증 보다는 감각을 따르기로 했다. [감각을 위한 선택, 메뉴얼보다 나만의 기준으로] 연습은 계속됐다. 하루하루 시험처럼 커피를 내리고, 농도와 수율을 맞추고, 기준 안에서 움직이도록 훈련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핸드드립 자격증에는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머신 커피는 매뉴얼과 기계적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험을 통해 그 감각을 익히는 게 의미 있었고,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드립 커피는 다르다. 드립은 원두의 성질, 향, 목적에 따라 감각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업에서 배우는 방식은 그 모든 감각 위에 ‘정해진 매뉴얼’을 먼저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기준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기초를 배워야 응용도 가능하니까. 그런데 나는 자격증을 위한 드립보단, 더 깊은 감각을 향한 드.. 더보기 사이폰? 커핑? 새로운 커피의 문을 열다 [실전의 감각이 익을수록, 새로운 방식이 궁금해졌다]오늘도 시험치듯이 실전 연습을 했다. 농도, 수율, 총 추출량… 30g 이상 차이 나면 실격이라 해서 신중하게 맞췄고, 기준 안에서 잘 해냈다. 근데… 역시나 기준치보다 살짝 못 미친 농도에서 더 맛있었다. 입에는 분명히 더 좋았고, 같이 마신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핸드드립을 홈카페로 해온 사람이라 그런지, 이번 수업에선 조금 더 감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농도도, 수율도 계속 잘 맞았다. "에이스 됐네~" "우서님 센스 있으시다~" 그런 말들이 조금은 민망하면서도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후훗. 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다른 수강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모카포트로 내려도 괜찮지 않아요?” “드립에는 어떤 원두가 어울리죠.. 더보기 핸드드립 수업, 그리고 마음속 작은 물음표 [ 핸드드립을 배우며, 질문이 생겼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합격한 후, 나는 핸드드립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익숙했다. 집에서도 매일같이 드립을 해왔고, 홈카페를 하면서 저울로 무게를 맞추고, 시간을 재며 천천히 커피를 내렸으니까. 그래서 기대했다. 조금은 여유롭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첫 수업에서 나는 당황했다. 저울 없이, 감으로 푸어를 맞추는 테스트. 손으로 만져 분쇄도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테스트. 물줄기를 일정하게 하기 위한 연습이라지만,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드립 챔피언들도 모두 저울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서는 저울 없이 연습을 해야 하지? 물론, 감각을 익히는 건 중요하다. 나도 이해는 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또 다른 의문이 조용히 일어났다. "정말 이 방.. 더보기 합격은 기분 좋은 말이지만, 나를 더 많이 생각하게 했다 드디어,시험 당일이 찾아왔다.머릿속은 온통 하나였다.“실격만 피하자.감점은 괜찮아.하나하나, 차근차근.” 그동안 손에 익힌 대로,조급해하지 않고,그냥… 천천히.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나는 뒷번호였고,앞 사람들의 실수와 흐름을 보며마음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었다.그것만으로도 큰 안정감이 됐다. 내 차례가 왔다.첫 번째 시험.저울로 무게를 정확히 맞췄고,두 번째, 세 번째 추출은저울 없이도 정확히 해냈다.휴—가슴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첫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라떼 아트 시험.스팀, 거품, 추출…모든 과정은 자연스러웠다.그런데,하트는 망가졌고, 거품도 이상했다. 속으로는 알았다.“감점이 꽤 클 거야…” 시험이 끝나고감점 항목과 점수를 받았다. 역시나하트와 거품.. 더보기 “바리스타 시험을 준비했지만, 내가 진짜 준비한 건 내 마음의 컨트롤이었다” 바리스타 시험을 앞두고마지막 실전 연습에 들어갔다. T1, T1-2, 그리고 T2.총 세 번의 추출.T2에선 라떼 하트까지.처음엔 저울도 사용했지만,실전 연습이라 그런지그다음부턴 저울 없이 눈대중으로 추출했다. 그런데…문제는 바로 그거였다.± 몇 g만 넘으면 실격.어느 순간부터 커피의 향과 맛이 아닌무게와 시간의 싸움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중간중간신경 써야 할 감점 요소는 왜 이렇게 많은지…컵 방향, 기울기, 손동작, 눈길 하나까지.하나하나가 작은 실수로 감점이 되고,감점이 누적되면‘실격’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단 실격만 면하자…”그 생각 하나에온 정신을 다 쏟았다.감정은 뒷전이었다.내가 커피를 어떻게 느끼든,이 순간은 기준을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러면서도,머릿속 한켠에 이런 생각이 스.. 더보기 하트를 그리고 싶었는데, 감점을 피하는 법만 배웠다 처음 라떼 아트를 배웠던 날,선생님이 말했다.“하트부터 연습해 볼게요.” 물로만 하트 그리는 연습을 했다.컵에 담긴 물을마치 우유인 것처럼 붓고하트를 그려보라는 말이었다. 우유로 하지 않았지만그래도 신났다.잔을 기울이고, 물을 붓고,이리저리 해보다가그냥… 바닥에 철철 쏟아버렸다. 아무리 해도물이 멋대로 흘렀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재밌었다.‘내 손은 고장 난 건가?’ 하면서도어딘가… 예술놀이 같았달까.그냥 물이니까, 부담이 없어서였는지도. 그리고 다음 주,진짜 우유로 연습하는 날.그때야 알았다.물이랑 우유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우유는 점성이 있었다.부드러운데 무거웠고,한 방울씩 떨어지는 느낌도 달랐다. 스팀을 잡고,공기를 주입하고,온도를 맞추고…그러다 보면 거품이 생기고,또 너무 많이 생기기도 하고.. 더보기 이전 1 2 3 4 ··· 33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