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드립을 배우며, 질문이 생겼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합격한 후,
나는 핸드드립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익숙했다.
집에서도 매일같이 드립을 해왔고,
홈카페를 하면서 저울로 무게를 맞추고,
시간을 재며 천천히 커피를 내렸으니까.
그래서 기대했다.
조금은 여유롭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첫 수업에서 나는 당황했다.
저울 없이, 감으로 푸어를 맞추는 테스트.
손으로 만져 분쇄도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테스트.
물줄기를 일정하게 하기 위한 연습이라지만,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드립 챔피언들도
모두 저울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서는 저울 없이 연습을 해야 하지?
물론,
감각을 익히는 건 중요하다.
나도 이해는 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또 다른 의문이 조용히 일어났다.
"정말 이 방법이, 커피를 더 잘 만들기 위한 길일까?"
분쇄도 테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손끝으로 0.5 단위의 분쇄도 차이를 맞추어야 했다.
나는 분쇄도를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맛을 보며
원두에 따라 최적점을 찾아가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순서대로 맞추는 것'이
목표였다.
분쇄도 1의 차이도 아니고, 0.5.
손끝만으로.
"이걸 익히는 게 커피를 잘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한 걸까?"
"아니면… 또 다른 ‘틀’ 안에 맞추는 연습일까?"
그리고 새롭게 배운 것들도 있었다.
농도, 수율.
기존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숫자와 지표들.
재미있었다.
처음엔.
하지만 또 한 번 의문이 들었다.
수업 기준치에 맞춘 커피는
맛이 없었다.
기준치를 넘지 못한 커피는
오히려 더 맛있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같이 배우는 사람들도 같은 의견을 냈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지만,
그래도 나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람들이기에...
그런데…
왜 꼭 그 수치에 맞춰야만 하는 걸까?
수업은 아직 두 번밖에 듣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아직 모든 걸 알 수는 없고,
모든 걸 단정지을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나는 짜증나지 않았다.
비판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알고 싶었다.
왜 이런 기준이 필요한지.
왜 이렇게 가르치는지.
깊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수업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
조용히 마음속으로 삼켰다.
아마 이 질문들은
당장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커피를 배우는 동안
나는 조금씩,
배우는 것과 질문하는 것의 경계를
함께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했다.
만약 이 모든 궁금증의 끝이,
그저 또 하나의 자격증을 위한 것이라면…
오직 그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뿐이라면…
나는, 아마 실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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