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험 당일이 찾아왔다.
머릿속은 온통 하나였다.
“실격만 피하자.
감점은 괜찮아.
하나하나, 차근차근.”
그동안 손에 익힌 대로,
조급해하지 않고,
그냥… 천천히.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나는 뒷번호였고,
앞 사람들의 실수와 흐름을 보며
마음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안정감이 됐다.
내 차례가 왔다.
첫 번째 시험.
저울로 무게를 정확히 맞췄고,
두 번째, 세 번째 추출은
저울 없이도 정확히 해냈다.
휴—
가슴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첫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라떼 아트 시험.
스팀, 거품, 추출…
모든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하트는 망가졌고, 거품도 이상했다.
속으로는 알았다.
“감점이 꽤 클 거야…”
시험이 끝나고
감점 항목과 점수를 받았다.
역시나
하트와 거품에서 감점이 컸지만,
합격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몸이 가볍고,
시험장을 나오는 길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날 하루,
남은 일정도 즐겁게 마무리했고
집에 돌아와 누웠을 때,
그제야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하트를 신경 썼지?”
“처음부터 거품만 보자고 했으면서…”
“그 순간, 난 왜 완벽을 쫓았을까?”
나는 합격했지만,
그 합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어딘가 좀… 복잡했다.
한편으론 "합격했으면 됐지!" 라는 여유,
또 한편으론 "감점을 줄일 수도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
그 둘이 내 안에서 엇갈리며
내 모습을 낯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
한 문장이 떠올랐다.
“사람은 정말…
편리와 쾌락의 노예다.”
‘합격’이라는 말 하나에
감정은 정리되고,
걱정은 덮이고,
피드백조차 즐겁게 들렸다.
그러면서도
그 감정이 무섭게 느껴졌다.
합격은, 기분 좋은 단어였다.
하지만 그 속에 내 본능도 숨어 있었다.
시험은 끝났고,
나는 통과했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정확히 마주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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