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라떼 아트를 배웠던 날,
선생님이 말했다.
“하트부터 연습해 볼게요.”
물로만 하트 그리는 연습을 했다.
컵에 담긴 물을
마치 우유인 것처럼 붓고
하트를 그려보라는 말이었다.
우유로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났다.
잔을 기울이고, 물을 붓고,
이리저리 해보다가
그냥… 바닥에 철철 쏟아버렸다.
아무리 해도
물이 멋대로 흘렀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재밌었다.
‘내 손은 고장 난 건가?’ 하면서도
어딘가… 예술놀이 같았달까.
그냥 물이니까, 부담이 없어서였는지도.
그리고 다음 주,
진짜 우유로 연습하는 날.
그때야 알았다.
물이랑 우유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우유는 점성이 있었다.
부드러운데 무거웠고,
한 방울씩 떨어지는 느낌도 달랐다.
스팀을 잡고,
공기를 주입하고,
온도를 맞추고…
그러다 보면 거품이 생기고,
또 너무 많이 생기기도 하고.
그때부터
‘하트를 그리는 연습’은
그냥 생존기가 되어버렸다.
“거품은 1cm가 딱 좋아요.”
“하트는 너무 늦게 들어가면 퍼져요.”
“컵 각도 중요합니다.”
“공기 너무 넣지 마세요.”
머릿속은 이미 멘붕.
거품이 생기면 하트가 안 되고,
하트가 되면 거품이 부족하고…
결국 나는 결심했다.
“하트 그림은 포기하고, 거품 양만 맞추자.”
시험이 다가오니까.
붙어야 하니까.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씁쓸해졌다.
나는 라떼 아트를 배우러 왔는데
감점 없는 라떼 만들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건 뒷전이었고
틀에 맞춰 ‘통과하는 커피’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커피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세상 모든 자격증은...
시험만 통과하면
경험 없이도 인정받고,
현장에서 아무리 잘해도
자격증 없으면 저평가되는 구조.
실력이 아니라, 서류로 증명해야 하는 세상.
그게 참... 씁쓸했다.
나는 지금
그 시스템 안에 있다.
어쩌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들고 싶은 커피만큼은
이런 틀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날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시험을 통과를 배우고 싶은 게 아닌 커피를 배우고 싶다는 여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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