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의 감각이 익을수록, 새로운 방식이 궁금해졌다]
오늘도 시험치듯이
실전 연습을 했다.
농도, 수율, 총 추출량…
30g 이상 차이 나면 실격이라 해서
신중하게 맞췄고,
기준 안에서 잘 해냈다.
근데…
역시나
기준치보다 살짝 못 미친 농도에서 더 맛있었다.
입에는 분명히 더 좋았고,
같이 마신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핸드드립을 홈카페로 해온 사람이라 그런지,
이번 수업에선 조금 더 감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농도도, 수율도
계속 잘 맞았다.
"에이스 됐네~"
"우서님 센스 있으시다~"
그런 말들이 조금은 민망하면서도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후훗.
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다른 수강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모카포트로 내려도 괜찮지 않아요?”
“드립에는 어떤 원두가 어울리죠?”
그리고 그때,
처음 듣는 단어 하나가 나왔다.
"사이폰."
사이폰 커피?
그게 뭐지?
호기심이 생겼다.
수업이 끝난 뒤
짧게 검색도 해보고,
간단하게 설명도 들었다.
차와 같은 느낌.
잔잔하게 추출되는 방식.
유리관과 불꽃.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딱 떠오른 게 있었다.
“게이샤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부드럽고 향이 강조된 커피.
물을 천천히 데워서 압력으로 추출하는 그 방식.
왠지
사이폰은 향을 위한 추출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커핑" 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추출이 목적이 아니라,
맛을 측정하는 방식이에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꽂혔다.
맛을 위해 커피를 내리던 나였지만,
‘맛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근데 오늘은..
“커핑… 한번 배워보고 싶다”
그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커피를 ‘내리는’ 데 집중해왔지만,
이젠 커피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지금까지의 어떤 배움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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