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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원두를 샀고,
향을 맡았고,
한 모금 마셨다.
'음… 이건 상큼하다.
이건 쌉싸름하네…
이건 좀… 묵직한데?'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느끼는 대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커피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G1’을 마셨다.
커피에서 과일향이 날 수 있다는 걸,
이 원두가 처음 알려줬다.
첫 향은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고
입 안에서는 자두 같은 달콤한 과즙이 퍼졌다.
마신 뒤에도 한동안 향이 남아 있어서,
코끝을 맴도는 그 감각에 멍하니 머물렀다.
그 순간,
폰 메모장을 열었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G1 – 잘 익은 복숭아, 자두, 꽃향기 / 단맛 선명 / 입 안 가득 부드러운 산미”
처음 저장한 커피 노트였다.
그렇게
내 손끝에서
나만의 커피 기록이 시작됐다.
누가 보라고 쓴 것도 아니고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었지만,
그 메모장 안에 조금씩 내 취향이 쌓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향,
싫어하는 감각,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원두의 이름들…
그건
커피를 기록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기록하는 일이었다.
향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취향이 또렷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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