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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었다.
철베사, 고티티.
처음엔 이름조차 어색했는데
한 잔, 또 한 잔 마시다 보니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원두를 사게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커피는 그렇게 무심하게 놔두는 게 아니었다.
햇빛도, 산소도, 온도도
다 원두에게는 적이지 않았다.
그걸 알게 된 날,
나는 집 안에서
진공쌀통을 꺼냈다.
원래는 쌀을 보관하던 통이었지만
그날부터 그건
커피 보관용 용기가 되었다.
철베사, 고티티.
두 종류의 원두를
이리저리 나눠 담고 있자니
문득 웃음이 났다.
“나, 커피에 이렇게 빠져 있었네.”
근데 문제는,
양이 많았다.
생각보다 훨씬.
매일 드립으로 마시기엔 벅찼고
어느 날 문득
콜드브루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물을 붓고
하루를 기다리는 방식.
천천히 우러나오는 그 커피는
차갑지만 묘하게 따뜻한 맛이 났다.
만들어둔 콜드브루는
조금씩 병에 담아
주변 사람들과 나눠 마셨다.
그게 또 꽤 좋았다.
혼자 마시던 커피가
사람들 사이를 돌게 되는 기분.
그리고 그즈음
또 하나의 이름을 알게 됐다.
“게이샤”
꽃 향기, 홍차 느낌, 꿀처럼 부드럽다던 그 커피.
아직 마셔보진 않았지만
이름만으로도
뭔가 다른 세계가 열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커피가 집에 들어오고
공간이 바뀌었고, 마음도 조금 달라졌다.
철베사부터 시작된 이 작은 변화는
게이샤로 향하는
다음 여정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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