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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내려 마셔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복잡했고, 그래서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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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마시기만 할 바엔
내가 직접 내려 마셔보는 건 어떨까.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냥 물 붓고 내려마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려 하니
생각보다 복잡한 것들이 많았다.

드리퍼는 종류가 수십 가지.
하리오, 칼리타, 고노, ORIGAMI...
모양도 다르고, 구멍 수도 다르고.
“내가 뭘 알아야 고르지?”
처음엔 정말 감도 안 잡혔다.


포트도 마찬가지였다.
주둥이 굵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었고,
전기냐 스토브냐, 무게감은 어떻고...

이런 정보들에 파묻혀
나는 며칠을 그냥
검색과 비교에만 썼다.


어렵게 장비를 마련하고 나서
드디어 브루잉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물을 몇 도로,
몇 초 간격으로,
몇 번 나눠서 붓는지...

누군가는 시계방향,
누군가는 중심부터 붓는다 했다.

결국,
몇 번을 망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툰 시도들 속에서
커피가 조금씩 내 것이 되어갔다.

처음 마신 커피는 맛이 없었다.
쓴 것도, 단 것도 아니고
그냥 뭔가 애매했다.

하지만 반복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이 정도 물줄기면 덜 쓴 맛,
이만큼 뜸 들이면 고소함이 살아난다.


그때 처음 느꼈다.

커피는 내리는 방식 하나로
감각이 이렇게 다르게 나뉘는 거구나.


 

나는 커피를 배우지 않았다.
커피가 나를 훈련시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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