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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인 줄만 알았던 커피, 알고 보니 다르다는 걸 처음 느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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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카페 메뉴판을 오래 들여다봤다.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뭔가 다른 걸 마셔보고 싶었다.

그냥 그랬다.
입이 심심해서,
혹은 기분이 이상해서.


처음 보는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노을’
‘겨울밤’

이름 아래 작게 적힌 설명엔
콜롬비아, 브라질, 케냐
이런 단어들이 있었지만
사실 무슨 차이인지 몰랐다.

드립 커피는 왠지 비쌀 것 같아서
나는 그냥 그중 하나를 골랐다.
머신으로 추출해주는
조금은 낯선 커피였다.


첫 모금.
익숙한 쓴맛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입안에 머무는 향이 달랐다.

특별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내가 마셔온 커피랑은 확실히 다르다
그건 분명했다.


그 뒤로
비슷한 카페를 찾아다녔다.
30ml, 스xx스 리저브
메뉴 이름에 계절이 묻어나 있는 커피들.
**“겨울밤”**이라는 커피는
정말 묵직하고, 어두웠다.
노을은,
마시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조금씩 느껴진다.
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어떤 날엔 어떤 향이 어울리는지.

그리고 그걸 알아가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시간이라는 걸.


 

내가 좋아하는 건, 단지 커피의 맛이 아니라
그 날의 나와 어울리는 커피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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