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실전 연습에 들어갔다.
T1, T1-2, 그리고 T2.
총 세 번의 추출.
T2에선 라떼 하트까지.
처음엔 저울도 사용했지만,
실전 연습이라 그런지
그다음부턴 저울 없이 눈대중으로 추출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거였다.
± 몇 g만 넘으면 실격.
어느 순간부터 커피의 향과 맛이 아닌
무게와 시간의 싸움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중간중간
신경 써야 할 감점 요소는 왜 이렇게 많은지…
컵 방향, 기울기, 손동작, 눈길 하나까지.
하나하나가 작은 실수로 감점이 되고,
감점이 누적되면
‘실격’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단 실격만 면하자…”
그 생각 하나에
온 정신을 다 쏟았다.
감정은 뒷전이었다.
내가 커피를 어떻게 느끼든,
이 순간은 기준을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 한켠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건 평소엔 안 하던 실수인데…”
“내일 진짜 시험 때는 더 긴장하겠지…”
그리고 나는 그날,
스스로에게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급하지 않게.
하나씩.
천천히.
딱 내가 알고 있는 것만큼만.
내가 만들어야 했던 건
‘커피’가 아니라
나 자신을 컨트롤하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연습이 끝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합격만 하면 돼’라고 말하지만…
왜 이렇게 다들, 완벽을 놓지 못할까?”
‘어차피 먹을 거니까 대충 해도 돼’라고 말하면서도
예쁘게 만들고 싶어 하고,
더 높은 점수를 원하고,
눈이 즐거운 결과를 바란다.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다는 그 마음.
틀린 건 아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 마음이 스스로를 완벽주의라는 틀 안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더 잘해. 좀 더. 이왕이면.”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합격이 목적이면서도,
완벽이 기준이 되어버린 그 아이러니.
나는 그걸
커피를 내리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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